전영희
전영희
전영희
글. 양준용 2004. 02. 03
국내 만화 시장에 있어서 1990년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만화책의 판형이(특히 대여점용 만화책의 판형이) 크고 두꺼워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만화방(만화가게)의 몰락과 대여점 문화의 전파가 두드러짐에 따라, 가뜩이나 만화책을 직접 사서 보는 문화가 취약했던 국내 만화 시장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만화책을 대여점에 판매하는 가격 및 그것을 독자들이 대여하는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갑작스런 가격 인상으로 인한 독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한 방편으로, 표지와 만화책이 인쇄되는 용지의 질을 상당 부분 향상시킴으로써 보관상 용이하도록 하고 더불어 단행본 1권에 수록되는 2배 가까이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서 실질적인 가격인상폭을 독자들로 하여금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초기엔 주로 무협 만화와 일부 성인 만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이러한 현상은, 점차 순정 파트에까지 확산되며 하나의 조류(潮流)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른바 이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무엇보다도 잡지 연재 없이 짧은 시간 내에 실로 엄청난 분량의 단행본이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대개 3달 내지 4달 사이의 짧은 기간에 단행본 기준으로 10권 내지 12권 정도의 분량이 완결되는 이러한 시스템은, 바로 흔히 “공장”이라 불리곤 하는 철저한 분업화된 만화 제작 과정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이전부터 있어왔으며, 주로 만화가게(대본소)에서의 대여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던 것이 책의 외형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고 전문화된 방향으로 더욱 철저하게 정착된 것이다.
전영희는 이러한 점에서 황미리, 한유랑 등과 함께, 바로 이러한 ‘한국의 만화 대여 문화’에서 생겨나고 발전하여 정착한 작가군(作家群)을 형성하고 있으며, 또한 그런 의미에서 과연 한 사람의 작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과거 이현세나 허영만, 박봉성, 고행석을 비롯해서 현 시점에선 “김성모”를 대표로 하는 많은 남성 작가들이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수많은 문하생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개인”이나 “작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던 것에 비해, 유독 “순정만화”에서는 표절시비나 작가의 실존 여부를 궁금해 하는 많은 독자들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 정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들 작가들에 대해서는 갖가지 억측과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로는 먼저 바로 어여쁜 이름(김영숙, 전영희, 황미리, 한유랑 등)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이들이 “남성”이라는 것이 있으며, 혹은 이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이들의 이름은 이들의 이름으로 나오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팀”의 명칭일 뿐이다’라는 설(說)까지 있는 형편이다.
어쨌건 이런 저런 가설들과 막연한 상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전영희라는 이름으로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사실이고, 또 여느 비슷한 유형의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관된 그림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예전의 작품들에 비해서 최근의 작품들의 경우 그림이나 연출 등에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 또 감각 자체도 상당 부분 주 독자층인 중-고교생의 수준에 맞추려는 흔적들이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작가 본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 전영희 | |
글. 양준용 2004. 02. 03
국내 만화 시장에 있어서 1990년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만화책의 판형이(특히 대여점용 만화책의 판형이) 크고 두꺼워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만화방(만화가게)의 몰락과 대여점 문화의 전파가 두드러짐에 따라, 가뜩이나 만화책을 직접 사서 보는 문화가 취약했던 국내 만화 시장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만화책을 대여점에 판매하는 가격 및 그것을 독자들이 대여하는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갑작스런 가격 인상으로 인한 독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한 방편으로, 표지와 만화책이 인쇄되는 용지의 질을 상당 부분 향상시킴으로써 보관상 용이하도록 하고 더불어 단행본 1권에 수록되는 2배 가까이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서 실질적인 가격인상폭을 독자들로 하여금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초기엔 주로 무협 만화와 일부 성인 만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이러한 현상은, 점차 순정 파트에까지 확산되며 하나의 조류(潮流)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른바 이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무엇보다도 잡지 연재 없이 짧은 시간 내에 실로 엄청난 분량의 단행본이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대개 3달 내지 4달 사이의 짧은 기간에 단행본 기준으로 10권 내지 12권 정도의 분량이 완결되는 이러한 시스템은, 바로 흔히 “공장”이라 불리곤 하는 철저한 분업화된 만화 제작 과정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이전부터 있어왔으며, 주로 만화가게(대본소)에서의 대여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던 것이 책의 외형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고 전문화된 방향으로 더욱 철저하게 정착된 것이다.
전영희는 이러한 점에서 황미리, 한유랑 등과 함께, 바로 이러한 ‘한국의 만화 대여 문화’에서 생겨나고 발전하여 정착한 작가군(作家群)을 형성하고 있으며, 또한 그런 의미에서 과연 한 사람의 작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과거 이현세나 허영만, 박봉성, 고행석을 비롯해서 현 시점에선 “김성모”를 대표로 하는 많은 남성 작가들이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수많은 문하생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개인”이나 “작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던 것에 비해, 유독 “순정만화”에서는 표절시비나 작가의 실존 여부를 궁금해 하는 많은 독자들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 정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들 작가들에 대해서는 갖가지 억측과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로는 먼저 바로 어여쁜 이름(김영숙, 전영희, 황미리, 한유랑 등)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이들이 “남성”이라는 것이 있으며, 혹은 이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이들의 이름은 이들의 이름으로 나오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팀”의 명칭일 뿐이다’라는 설(說)까지 있는 형편이다.
어쨌건 이런 저런 가설들과 막연한 상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전영희라는 이름으로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사실이고, 또 여느 비슷한 유형의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관된 그림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예전의 작품들에 비해서 최근의 작품들의 경우 그림이나 연출 등에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 또 감각 자체도 상당 부분 주 독자층인 중-고교생의 수준에 맞추려는 흔적들이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작가 본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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